하루에 3만4천보 걷기
감귤 수확팀에서 일하던 날 가운데 유난히 기억에 남는 하루가 있습니다. 넓은 과수원에서 수확한 감귤 콘테나를 계속 옮기다 보니 휴대전화 만보기에는 하루 약 3만4천보가 찍혔습니다.
정확한 농장 소유관계나 규모는 당시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라 확인하기 어렵지만, 직접 걸어본 체감만큼은 분명했습니다. 과수원 한쪽에 콘테나를 내려놓고 돌아오면 나무 사이에 또 여러 개가 쌓여 있을 정도로 수확 속도가 빨랐습니다.
오늘도 귤팀이 동네로 온다고해서 정말 신이 났습니다. 하지만 농장 규모를 본후 걱정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만평이라고 합니다. 오늘도 3만4천보를 걸을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찔합니다.


수확보다 운반 동선이 더 힘들었던 날
밭이 넓으면 단순히 걷는 거리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빈 콘테나를 가져다 놓고, 수확된 콘테나를 다시 지정된 곳으로 옮기는 동작이 계속 반복됩니다. 수확팀이 빠르게 움직일수록 운반 담당도 쉬지 않고 움직여야 했습니다.
이 과수원은 3분의2가 아직 작업이 안끝난상태이다. 삼촌들도 오늘은 유난히 분주히 움직인다. 콘테나가 나무 중간 중간에 쌓여간다. 갔다놓고 오면 또 6~7개가 쌓여있다. 워낙 밭의 넓이가 크기 때문에 가져다 놓고 오는 시간이 오래걸려 금방 콘테나가 쌓인다.

30분만에 쌓아 놓은 콘테나 양입니다. 일하시는 삼촌들의 속도는 정말 미친듯이 빠릅니다. 금새 한공간을 차지할 정도로 어마무시합니다.

이렇게 두개씩 날라서는 일하시는 삼촌들의 양을 따라잡기는 어려울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큰 수레를 구해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한 번에 많이 옮기는 것이 항상 효율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큰 수레에 가능한 한 많은 콘테나를 싣고 한 번에 옮기려고 했습니다. 실제로 여러 개를 실어 이동해보니 왕복 횟수는 줄었지만 무게 중심이 흔들리고 내리막에서 수레가 불안정해졌습니다. 한 차례는 수레가 뒤집혀 다시 주워 담아야 했습니다.
그 뒤에는 욕심을 줄이고 제가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양으로 낮췄습니다. 현장에서 함께 일하던 분들이 ‘몸 상한다’며 무리하지 말라고 했던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오늘도 점심은 대박이였습니다. 힘이들어서 그런지 김치찌개에서 비린내가 나는데 자꾸 고기를 얹어줍니다. 그만 주셨으면 하는데 밥도 두배로 줍니다. 오늘은 일도 힘들고 밥먹는 것도 힘들고 모든게 힘든 날입니다. 밥을 먹고 잠깐 차에서 눈을 붙였더니 금새 오후 시작합니다.

3만4천보라는 숫자가 보여준 농작업의 체력
그날 만보기에는 약 3만4천보, 거리로는 약 25km가 표시됐습니다. 스마트폰 만보기 값이 실제 작업거리를 정확히 측정한 것은 아니지만, 하루 종일 얼마나 많이 움직였는지를 보여주는 개인 기록으로는 충분했습니다.
농작업은 같은 동작을 오래 반복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힘이 남는다고 무리하면 오후에 허리나 무릎, 손목에 부담이 올 수 있습니다. 작업량보다 안전하게 하루를 마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3만 4천보를 걸었습니다. 어찌 이렇게 정확할까 신기합니다. 결론은 오늘도 25키로를 걸었습니다. 하루하루가 힘들기도 하고 너무 잼있기도하다. 역시 진작에 농사를 했어야했나 싶을정도로 땀흘리고 나면 정말 시원하다.
햇살이 시원하고 바람이 시원하고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지나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를 산다고 생각하는 나에겐 매일이 의미있는 시간이다.오늘하루도 건강하게 지나갈 수 있음에 감사하며.
이날 경험에서 배운 점
1. 넓은 과수원에서는 수확보다 운반 동선이 전체 작업 속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었습니다.
2. 수레에는 최대한 많이 싣기보다 안전하게 제어할 수 있는 양만 싣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3. 만보기 기록은 개인 작업량의 참고자료일 뿐 모든 감귤 수확 작업의 평균으로 볼 수 없습니다.
4. 농사일은 체력뿐 아니라 반복작업에서 몸을 보호하는 요령이 필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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